[이재원 칼럼] NGO·NPO단체의 모금대행은 잘못된 것인가?
[이재원 칼럼] NGO·NPO단체의 모금대행은 잘못된 것인가?
  • 이재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8.10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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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캠페인 中
거리 캠페인 中
 

“스티커 하나만 붙여주세요.”

“잠깐만 설문에 참여해 주실래요?”

유동인구가 빈번한 지하철역 출구나, 로데오거리 중심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이들이 누구인가 묻는다면, 통상 비영리단체의 펀드레이징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펀드레이저’ 또는 ‘모금가’, ‘캠페이너’, ‘기금활동가’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우는 자들이다. 편의상 ‘펀드레이저’라 하겠다.

1. 이들은 누구인가?

이들은, 국내·국제구호 NGO·NPO단체의 예산 확보를 위해서 회원모집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단체가 자체 직원을 운용하는지, 아니면 외부 모금전문회사에 대행을 맡기는지에 따라서 그 명칭도 각각 인하우스(구호단체 직원) 또는 에이전시(모금회사)로 다르게 불리운다.

최근, 다수 단체들이 위의 방식을 통해 고무적인 결실을 달성하면서 점점 더 많은 단체들이 거리모금 활동에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이로부터 발생된다.

너도나도 수많은 단체들이 거리모금에 주력하면서, 이제는 길거리 어디를 나가도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시민들을 붙잡고 설득을 하게 되었고 많은 대중들이 이것에 대해 큰 피로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 피로감으로 인해 발생된 거부감이 “대체, 저 사람들의 정체가 뭐지?”라는 의구심을 낳게 만들었고, 그 결과 유튜브나 SNS, 언론기사 등의 다양한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이들의 정체와 조직구조, 수입체계에 대한 폭로가 시작된 것이다.

유튜브 직업의 **것이란 채널에 게시된 ‘2만원 후원하면 10만원 받습니다’의 최근 조회수는 무려 31만이 넘는다.

이 유튜브 영상 뿐만이 아니라, 보도된 기사들을 통해 밝혀진 내용은 이 모금대행이란 방식이 다단계의 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개인의 실적에 따라서 실적금의 x 배수를 받는다는 점. 관리자는 이에 따른 오버라이팅 등의 수당을 받는다는 내용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2. 무엇이 문제인가?

정확히 ‘문제’ 그 자체 보다는 ‘문제제기’라는 표현이 맞겠다.

대중들은 지금껏 자신이 믿고 후원했던 단체가 사실은 단체의 자체 직원(또는 봉사자)이 아닌

① 외부 대행 직원이었다는 점 ② 내가 도운 금액의 10개월 이상치의 금액이 모금회사로 간다는 점 ③ 1번과 2번으로 인해 ‘속았다’고 배신감을 느끼는 점

이 세가지가 대중이 제기하는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실제로도 거리모금 현장 그 어디를 가도, 현장의 펀드레이저들은 자신들을 소개할 때, ‘ooo단체입니다.’ 라고 말하며, 해당 NGO기관의 직원인 것처럼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후원을 한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큰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

3. 왜 거리모금인가?

현재 급속한 시대의 발전에 맞게 비영리단체의 모금방법도 고도로 발달되고 있다.

미디어와 모바일, SNS, 핀테크, 펀딩, CMS 등 금융기술의 변화와 혁신은 눈이 부실 정도이다.

그러나, 아무리 테크놀로지가 발달해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가 있다.

바로 ’기부’이다. ‘기부’란 매우 특별한 가치를 갖는 순애보적 행위이다. 바로 ‘상호성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이타성을 갖는, 말그대로 등가교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자기 헌신적 사랑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그 어떤 첨단 기술도 눈 앞에서 얼굴을 대면하고 “소외된 빈곤이웃을 도와달라”는 펀드레이저의 호소력과 진정성을 이길 수 있는 무기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 데이터가 증명한다. 영상광고, 옥외광고, 온라인광고, TM아웃바운드, 유명 배우 등 각종 회원모집 방법론을 가지고 와도 ’투자 대비 수익성(ROI)’이든 ‘광고비 대비 매출액(ROAS)’이든, 실제 거리현장에서 얼굴을 대면하는 F2F펀드레이징을, ‘능가’는 고사하고 그에 버금조차 갈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한 것이다.

실례로 국내에 진출한 세이브더칠드런이나 국제 엠네스티, 국경없는 의사회, 유엔난민기구, 옥스팜, 그린피스, WWF 등의 단체들이 F2F펀드레이징을 모금전문회사에 위탁하여 큰 규모의 성장을 실현했다.

4. 모금대행은 나쁜 것인가?

참 얄궂은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NO”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NGO·NPO의 모금학적 방법론에 대해서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흑백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선입견이다.

세상의 모든 조직이나 집단체는 그 조직이 자생하기 위해서 지속가능성을 바탕에 둔다.

즉, 이윤이 창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비영리단체’라는 이름이 주는 어감 때문에 무의식적인 언어의 혼란을 겪게 되는데, 이것이 사람들의 선입견에 큰 영향을 끼친다.

비영리단체다 보니 영리를 추구하면 안되고, 오직 사회의 공익을 위해서만 존재하고 기능해야하며, 그 집단의 상당수 근무자가 ‘자원봉사자 또는 무보수에 의해 운영되고 있을 것이다.’ 라는 큰 오해를 하게 되는 것이다. 결단코 그렇게 조직이 운영되고 있는 NGO·NPO단체들이 있다면

그 기관들은 진즉에 공멸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상상 속의 꿈같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비영리단체는 ‘사회 공공의 이익’을 주된 목표로 삼는 집단일 뿐이지, 그 외에는 일반 영리기업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마케터는 실무 마케팅 능력을 갖춘 직원을 채용하고, 복지 분야는 전문 사회복지사를 채용하고 있으며, 회계는 전문적인 조세지식을 갖춘 사람을 배치하고 있고, 디자인 영역은 산업·시각디자인 경력의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펀드레이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급여는 일반적인 기업과 똑같이 지급되며, 임대료를 비롯한 운영에 필요한 지출도 동일하게 발생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후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게 십시일반으로 모인 후원예산 내에서 [법률 제14839호]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투명하고 공명정대하게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집단체의 원리’에 따라 NGO·NPO단체들 또한 극한의 효율성을 추구할 수 밖에 없고 이 효율성의 성과에 따라 집단의 규모가 달라지며, 규모에 따라 자신들의 사업을 더 명확하고 추진력 있게 실행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비전과 미션’을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비전과 미션’은 바로 해당 단체의 숙원이기도 하고, 존재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NGO·NPO단체들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목적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예산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고, 행정관청의 관리감독도 받아야 하며, 결산공시를 비롯한 공익법인의 회계기준도 맞춰야 하고, 회원·후원자들에 대한 멤버십 관리에, 수혜자를 발굴하는 일부터 지원하는 일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들을 해결해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매우 전문적이고 숙련된 펀드레이징 스킬을 요구하는 ‘회원모집’ 또는 ‘거리모금’ 업무까지 병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애초에 ‘구호사업’과 ‘모금사업’은 본질적으로 ‘배분’(소비)과 ‘수익’(매출)으로 구분되고 더 쉽게 말하면 ‘비영리’와 ‘영리’의 상반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아무리 구호단체가 날고 기어도 오직 ‘회원모집’ 만을 목적으로 회사가 운영되고, 생존의 수단이며 그 분야만을 미친듯이 연구하여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경쟁사들과의 무한경쟁을 통해 도태와 생존, 그리고 발전을 거듭하는 모금전문회사를 이길 수가 없는 것이다.

ROI와 ROAS등의 효율성 측정 지표를 보아도 NGO·NPO단체들이 수많은 모금방식 중에서 F2F(면대면) 회원모집 방식을 선택하여 주력하는 것은 어쩌면 매우 당연한 것이고, 그 중에서도 ‘회원모집 방법’에 탁월한 솔루션을 갖추고 있는 모금전문회사에 해당 업무를 위탁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다.(결국 비영리도 시장경제의 원칙이 적용된다.)​

잘 생각해보자. 유명 연예인을 섭외하여 매스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광고를 세팅하고 광고를 송출하는데만 굉장히 많은 광고비용이 발생된다.

그러나 모금전문회사에 그 절반도 안되는 금액으로 위탁했을 때, 전자보다 결과치가 월등하다면 과연 어떤 것이 소중한 후원금을 집행하는 데 있어 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가 봐도 후자일 것이다. 다만, 후자는 그 방식에 있어서 ‘x배수의 방식으로 지급을 한다든가’, ‘소속과 신분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등의 행동으로 인해서 대중들이 도의적으로 큰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끼는 것이다.

5. 아름다운 ‘기부문화’를 조성하기 위하여

현재 많은 대중들이 모든 NGO· NPO단체들이 외부 대행만을 맡긴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몇몇 구호기관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인하우스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곳도 분명히 있으며, 기존에 에이전시에 전적으로 위탁을 맡겼던 일부 기관들도 반감정서를 의식하여 에이전시에서 인하우스로 체제를 전환하고 있는 곳도 있다. 위탁하는 것이 그릇된 행동이 아님에도 말이다.

이러한 행위들 또한, 효율성을 역행하면서까지 대중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어떻게든 믿음과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하려는 비영리단체들의 순수하고 처절한 모습들이기도 하다.

반면, 세계의 모금문화를 선도하고 기부역사가 뿌리깊은 영국의 경우에는 1997년 영국은행이 CMS약정과 자동이체 방식을 통해 매달 정기적인 기부가 가능하도록 비영리단체들에게 해당 방법을 제안하였고, 그 해 그린피스와 세이브더칠드런, 엠네스티 등의 기관들이 모금전문회사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많은 단체들이 모금대행을 위탁하게 되는 시발점이 되었다.

회원모집 약정과 출금률에 따라 비용을 후불제로 지급하는 방식이었기에 비용부담과 리스크가 현저히 적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모금전문기관을 이용하는 것이 비영리단체의 입장에서 매우 효율적인 모금방법’ 이라는 것이 해당 분야 종사자들의 정론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모금대행에 따른 큰 성공은 영국 전역에 너도나도 수많은 단체들이 거리모금에 뛰어들게 만들었고 그때의 97년도 영국은 현재의 한국과

매우 흡사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겪고있는 대중들의 반감정서 또한 동일했고 그 결과 60개의 NGO단체들이 전문 모금기관과 연대하여 공공모금 규칙 협의회(Public Fundrasing Regulatory Association)을 설립하여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규칙을 제시했다.

물론, 민간 차원의 협의체였고 강제성과 통제성이 없었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협의체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곳은 점점 희미해져 갔지만

분명한 것은 오늘 날의 국내 현황과 비교하여 해당 모델을 연구하고 좀 더 보완한다면 충분히 우리 차원에서의 일정 부분 최소한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강제성·통제성을 행사할 수 있는 협의체나 더욱 진보된 컨트롤타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현장에서 에이전시의 소속과 신분을 명확히만 밝혀도, 윤리성에 관한 문제제기는 상당수 줄어들 것이고 배신감과 실망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물론 x배수의 수당체계에 대한 반감은 일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 비용이 일반 모집비용보다 훨씬 효과적이며 세상의 다양한 직군들 중에는 분명 인센티브나 배수의 체계가 적용되는 산업군이 매우 많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언젠가는 직업으로써의 정당한 대우라는 가치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공익적 특성상 ‘공익=후원=영업’에 대해 일부 눈총을 받겠지만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처럼 이것은 대중이 인정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봉사자가 숙련된 펀드레이저 업무를 대신할 수 없으니 말이다.)

마치면서 S대 사회과학부 모 교수의 말을 일부 인용하자면, “자매 NGO가 모금 캠페인을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는 말이 꽤 공감되었던 적이 있다.

결국 세상의 기아와 빈곤을 퇴치하는 것이 모든 구호기관들의 목표이자 사명일 것인데, 이미 재정의 성장이 완성된 수백, 수천억 규모의 NGO·NPO단체들이 더 이상의 외연 확장보다는 영세 규모의 단체들에게 실질적인 펀드레이징을 지원하여 그 단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 말이다. 인류애의 사명 아래 구호기관들은 경쟁자가 아니고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서로에게 꼭 필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이재원 칼럼니스트 jwman04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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