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회계생존기] 스타트업에게 개발비란?
[스타트업 회계생존기] 스타트업에게 개발비란?
  • 김상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0.20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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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은 매출이 미미하거나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 안정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사업체를 유지하기 위해 유상증자, 대출, 지원금 등을 통한 외부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다. 가장 흔한 자금 조달방법은 정부지원 사업을 통해 정부지원금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스타트업이 정부지원금 대상에 해당되진 않는다. 일반적인 정부지원 사업에서는 자본잠식이 아니며 부채비율이 일정비율 이하일 것을 요구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본잠식이란, 회사가 결손금 누적으로 이익잉여금 등이 (-)가 되어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작은 상태이다. 자본잠식의 종류는 2가지가 있는데, 자본총계가 (-)가 되는 경우 ‘완전자본잠식’,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작지만 (-)는 아닌 경우 ‘부분자본잠식’이라고 한다. 부채비율은 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눈 값이다.

대부분의 정부지원 사업은 자본잠식이 아니면서 부채비율이 1,000% 미만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물론, 창업 3년 미만의 중소기업 등과 같이 몇가지 예외적인 경우 자본잠식, 부채비율 요건을 요구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자본잠식, 부채비율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 문단에서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초창기 스타트업은 수익없이 비용만 발생하기 때문에 결손금이 누적되고 결국 자본잠식 상태까지 이르게 된다. 이 때, 많은 스타트업이 자본잠식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무형자산 ‘개발비’를 이용한다. 개발비는 연구개발에 소요된 비용을 손익계산서상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산으로 처리한 것이다.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이전 칼럼에서 말했듯이 스타트업은 회계를 배웠던 창업자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심지어 회계전문 인력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떻게 수많은 스타트업이 연구개발비를 자산화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업무를 하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부분은 창업선배, 지인 그리고 세무대리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상당수의 창업자가 자산으로 처리하면 된다는 말만 들었을 뿐 자산화요건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바로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요건이 굉장히 까다롭다는 것이다.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회계기준이 요구하는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프로세스를 간략히 3단계로 나누면 아래 그림과 같고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 공인회계사 김상현

우여곡절 끝에 1~3단계 요건을 모두 만족하여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하면 끝일까?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다. 개발비의 자산화가 끝난 뒤에도 손상검토 즉, 자산성에 대해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사실 스타트업 회계가 주로 문제가 되는 시점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회계감사를 수감하게 되거나 외부자금 조달을 위해 PE, VC 등 투자자가 회계자료를 요구하는 시점이므로 그 이전까지는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하든 비용화하든 당장 큰 문제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상 스타트업 재무제표에 있는 개발비의 대부분은 자산성이 없었기 때문에, 만약 자산에서 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스타트업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개발비의 자산성을 검토해 보길 바란다. 개발비가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해 대부분의 자산이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체적으로 검토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주변 회계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길 추천한다. 

끝으로 정부지원 사업 등에서 요구하는 자본잠식과 부채비율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많은 스타트업들이 마지못해 선택하는 '개발비'가 회계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회계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김상현 칼럼니스트. 회계법인 지평 이사
김상현 칼럼니스트. 회계법인 지평 이사

 

김상현 칼럼니스트 cpaksh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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