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회계생존기] 가지급금을 주의하자
[스타트업 회계생존기] 가지급금을 주의하자
  • 김상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0.27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인은 자연인(사람)은 아니지만, 인격을 인정받은 권리·의무의 주체이므로 별개의 인격체인 법인의 자금을 대표이사 마음대로 찾아선 안 된다. 즉, 법인은 자금 사용에 제약이 존재하는데, 이를 무단으로 어겼을 시 불이익이 존재한다.

경기도에 있는 주식회사 P 법인의 대표이사 엄 씨는 주식회사 P 법인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어느 날 개인 사정으로 3억 원이 급하게 필요했던 엄 대표는 P 법인 예금계좌에서 3억 원을 개인 통장으로 이체했다. 시간이 지나 법인세 신고일이 다가왔고, 엄 대표는 법인 세무를 담당하던 김 회계사로부터 가지급금 3억 원에 대한 인정상여가 부과되어 다음 달에 소득세를 추가 납부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위 사례와 같이 법인 통장에서 지출이 발생했는데 해당 내용이 법인업무와 무관하거나 원인이 소명되지 않는 경우 가지급금이란 임시계정으로 처리된다. 가지급금의 발생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실제 현금지출이 발생했는데 그 거래내역이 불분명해 계정과목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특수관계자에게 법인의 업무와 관련 없이 자금을 대여함으로써 발생한다. 스타트업의 경우 세무대리인에게 장부기장을 위임한 상태에서 회사와 세무대리인 모두 회계관리를 등한시해 발생하는 때도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가지급금을 수수방관해선 안 되는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법인세법에서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업무무관가지급금에 제재를 가한다. 법인이 수취하는 가지급금 이자가 세법에서 정한 이자율(일반적으로 당좌대출이자율인 연 4.6%를 적용)보다 작거나 이자가 아예 없는 경우 인정이자율을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하여 자금을 대여한 법인과 차입한 특수관계인 모두에게 소득으로 처분한다. 설사 양쪽 당사자가 무이자로 협의하여 금전대차계약서를 작성했을지라도 세법상 제재는 피할 수 없다.

법인세법상 차입금이자는 손금으로 인정된다. 다만, 차입금을 가지급금과 같이 업무에 무관하게 활용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 법인이 업무무관가지급금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이에 상당하는 차입금에 대한 지급이자를 당해 사업연도의 손금에 포함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법인세법의 지급이자 손금불산입 조항으로 가지급금이 있으면 법인의 차입금이자 중 가지급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간혹 위와 같은 세무 제재를 피하려고 법인 청산을 고민하기도 하는데, 청산하게 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청산 시 남아있는 가지급금 회수를 포기한 것으로 보아 가지급금 귀속자에게 상여처분 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가지급금은 자금조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스타트업은 자금조달을 위해 금융기관, VC 등 외부기관에 재무제표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출된 회사 재무제표에 원인 불분명 가지급금이 있는 경우 정상적인 자금거래인지 의심받을 수 있고 사용내역이 명확하게 소명되지 않으면 대출 및 투자의사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부기관 입장에서는 대출금, 투자금이 법인의 업무와 무관하게 사용될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외부 회계감사를 이미 수감 중이거나 수감 예정인 법인에도 좋지 않다. 대표이사 가지급금은 법인업무와 무관하게 대부분 사적 용도로 사용되므로, 회계감사 법인 입장에서는 가지급금이 많은 경우 대표이사가 법인을 사적 용도로 활용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판단하여 더 많은 소명자료를 요구 할 수 있다.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던 가지급금 때문에 외부감사 대응이 힘들어지고, 제대로 소명되지 않으면 극단적으로 감사의견 변형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럼 가지급금 정리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은 현금을 입금하는 것이다. 3억 원을 찾아갔다면 3억 원을 입금하면 된다. 하지만 가지급금이 생긴 원인을 생각해보면 상환 여력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 대표이사 개인 자산 처분, 급여 인상, 상여금 지급, 퇴직금 지급, 배당 지급, 특허권 양도, 자기주식 취득 등이 해결 방법으로 알려졌는데, 필자는 이와 같은 방법을 추천하지 않는다. 각각의 방법 모두 보이지 않는 위험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급여 인상을 하게 되면 소득세, 4대 보험료가 증가하고, 대표이사가 보유한 특허권, 부동산 등을 법인에 매각한다면 그 거래가격이 적정수준을 벗어날 때 세무 제재가 가해진다. 이와 같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가지급금 정리를 위해 현금 입금 이외의 방법을 택해야 한다면, 섣부르게 진행하지 말고 충분히 검토하길 바란다.

다행히 스타트업은 원인 불분명 가지급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금액이 크지 않고 원인 파악도 어렵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쉽게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가지급금이 계속 쌓이기 시작하면 정리가 만만치 않다. 될 수 있으면 특수관계인과의 업무무관 자금거래를 지양하고, 재무제표를 철저하게 관리하여 가지급금과 마주치지 않도록 하자.

칼럼니스트 김상현. 회계법인지평 이사
칼럼니스트 김상현. 회계법인지평 이사

 

김상현 칼럼니스트 cpaksh91@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