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뮤지컬 '광주', "희생의 역사를 다룬 최고의 작품"
[공연 리뷰] 뮤지컬 '광주', "희생의 역사를 다룬 최고의 작품"
  • 김영심 기자
  • 승인 2022.04.21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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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늇=김영심 기자]=지난 20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를 기자가 프레스 관람의 기회를 얻어 관람했다.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일어나 객석으로 몸을 돌린 지휘자의 인사로 시작된 공연의 첫 연주곡은 마치 동요의 한 대목인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부분을 연주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기자의 착각이라 하더라도 관객들에게 '이제 진실의 과거로 여행을 떠날 시간입니다. 집중해서 관람해주시길 정중히 부탁합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뮤지컬 '광주' 커튼콜 장면(사진=허영훈 기자)
뮤지컬 '광주' 커튼콜 장면(사진=허영훈 기자)
뮤지컬 '광주' 커튼콜 장면(사진=허영훈 기자)
뮤지컬 '광주' 커튼콜 장면(사진=허영훈 기자)

무대는 입체감 넘치는 장치와 영상으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깔끔하다고 해야 할까? 군더더기 없는 무대 표현과 디자인은 공연의 분위기보다는 등장 인물들의 대사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아마도 '보이는 것'보다 '들어야 하는 것'으로 관객들을 안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이유로 객석 좌우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는 모든 대사를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글로 보여주었고, 일부 관객들 역시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화면에 흐르는 대사들을 눈으로 응시하는 모습들이 기자의 눈에 자주 띄었다. 그만큼 이 작품은 공연이 주는 감동의 차원을 넘어 '공감과 기억을 위한 그날의 재조명'에 무게 중심을 둔 것 같았다. 

이날 공연에는 이지훈, 신성민, 문진아, 효은 등 주연급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으며, 박시원, 이동준, 장민수, 김아영, 김태문, 원우준, 이봉준 배우 등이 호흡을 같이 했다. 그런데 사실 정상급 배우들의 뛰어난 노래와 연기에도 불구하고 어떤 배우가 어느 역할을 맡았는지는 공연장을 나와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기자의 기억력에도 분명 문제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꼭 알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된다. '그날에 있었던 그 사람들'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가치 있고 빛났기 때문이다.

뮤지컬 '광주'를 빛내는 요소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먼저 1등 공신은 뮤지컬 넘버인 음악이다. 배경음악에서부터 독창과 중장, 합창 등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은 음악이 없다. 마음을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만드는 편안한 선율에서부터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무거운 음악, 그리고 성악을 전공한 배우들의 목소리가 웅장하게 퍼지는 오페라 느낌의 음악까지 귀와 심장을 감동으로 젖어들게 만드는 음악들 뿐이었다. 간혹 고난이도 화음의 선율로 인해 배우들이 잘 맞지 않는 음을 내는 것 같은 의아함도 생겼지만 뒤에 이어지는 선율로 확장해서 들으면 고차원의 안정된 화음이었다는 것을 이내 깨닫게 된다. 이와 같은 느낌은 반주 없이 부르는 아카펠라 장면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이는 이 작품이 음악과 노래의 완성도를 끌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요소는 다름 아닌 배우들의 '외침'이었다. 등장인물 모두가 '그날'의 산증인이 되어 외치는 목소리에는 다른 무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이 작품이 다름 아닌 '광주'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공연을 눈물이 흐르는 하나의 감성적 작품으로만 취급할 이유는 전혀 없다. 역사적 아픔과 묻혀진 진실을 무대로 올렸다는 궁극의 의미 외에도 작품 자체가 가진 예술적 측면에서도 몇 번을 더 보고 싶은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기자 스스로도 '뮤지컬 광주 전용 공연장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했다.

로비에 설치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관객들(사진=허영훈 기자)
로비에 설치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관객들

몇 번을 더 보고 싶은 요소는 무대 곳곳에 자주 등장한다. 가장 먼저 '마음 속에 저장' 하고 싶었던 부분은 배우 효은의 노래와 연기다. 스토리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가장 강하게 돌변해야 하는 모습을 야학교사 입장에서 표현한 장면들은 내내 어둡고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지켜보아야 하는 관객들의 손을 꼭 잡아주는 듯 했다. 맑고 고우면서도 파워풀한 목소리는 대사와 노래에서 그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효은 배우의 노래가 극중 '작은 외침'을 잘 소화해냈다면, '큰 외침'은 문진아 배우의 몫이었다. 그의 노래는 절규보다 더 간절했고, 기술력으로 조작된 그 어떤 소리보다도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그 에너지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감초처럼 무대를 휘젓고 다닌 김아영 배우의 '속시원한 외침'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술에 취한 그녀의 모습에서 당시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우리들의 부끄러운 마음을 들켜버린 것만 같았다.    

뮤지컬계에서 이미 거물이 되어버린 이지훈 배우와 신성민 배우를 비롯한 다른 배우들과 코러스팀까지 칭찬을 하려면 몇 번의 기사와 칼럼을 합쳐도 모자랄 것 같아서 이제 공연 리뷰 기사를 과감히 마무리 하려고 한다.

여전히 확인된 바 없다고 주장하는 의심과 비난이 포기를 못하는 일부의 상황 때문에 세 번째 시즌을 통해 수정작업을 거듭한 이 작품에서조차 노골적인 스토리 전개가 쉽지 않았을 뮤지컬 '광주'는 사실 탄생 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그 무엇보다도 '선량한 시민들의 희생'이라는 부분이다.

그 당시 광주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배우들이 진심을 다해 표현한 무대를 보고 있으면 '배우'가 아닌, '그날 거기 있었던 그 사람'으로 거듭 느껴지게 만든다. 그것이 뮤지컬 '광주'만이 가진 힘이고, 동시에 매력이라고 말 하고 싶다. 

극이 쉼 없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기억해달라'는 것이었다. 기자는 이 작품을 통해 '광주'를 기억하고, 그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그것을 용기내어 표현한 '뮤지컬 광주'의 제작진들과 스태프들, 그리고 배우들을 모두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기자가 직접 관람한 뮤지컬 '광주'는 '희생의 역사를 다룬 최고의 작품'이었다. 

김영심 기자 vip@o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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