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간주의(11)-맑시즘의 중국화7
중국의 세간주의(11)-맑시즘의 중국화7
  • 강병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1.0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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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가을, 중공 제20차 당 대회 보고에서 두 개의 결합(結合)’이 강조되었다. ‘두 개의 결합이란 첫째, 맑시즘의 기본 원리를 중국의 실제 상황과 결합한 것이며, 둘째, 맑시즘을 중국의 우수한 전통문화와 결합한 것이다.

2021년 중공 창당 백 주년 기념사에서도 시진핑은 두 개의 결합을 언급한 바가 있다. 첫 번째 결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즉 맑시즘이 중국화하는 과정이었으며, 이는 마오가 맑시즘을 재해석하여 중국의 실정에 맞게 창조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결합 즉 맑시즘과 중국의 우수한 전통문화와 결합은 무엇을 의미하며, 그 시대적 배경은 무엇일까?

201671일 중공 창당 95주년 기념 연설에서 시진핑은 ‘3개의 자신(道路自信, 理論自信, 制度自信. 도로 자신, 이론 자신, 제도 자신)’문화 자신(文化自信)’을 덧붙여 ‘4개의 자신이라는 이념을 제시했다. 이중 도로 자신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도로의 발전 방향이 옳다는 자신이고, 이론 자신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이론체계의 과학성, 진리성, 정확성에 대한 자신이며, 제도 자신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제도의 선진성과 우월성에 대한 자신이고, 문화 자신은 중국 자신의 문화가치와 문화 생명력에 대한 확고한 자신이다. 특히 문화 자신은 가장 기초적이고, 깊고 두텁고, 오래가는 자신이다. 이는 중국의 전통문화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또한 정치문화의 내용을 포괄할 뿐만 아니라 이는 두 번째 결합과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서 맑시즘과 중국전통 문화와의 결합을 의미한다.

문명형 국가의 저자 장웨이웨이는 11년 전 있었던 프란시스 후쿠야마와의 대화를 소개한다. 대화의 주 내용은 중국과 서양의 문화에 대한 관점 차이다. 즉 후쿠야마는 세계문화가 수렴되고 있다고 보았다. 이제는 세계의 여러 문화가 한데 모여, 점차 같아지는 현상을 수렴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물론 이는 역사 종말론이며, 미국 정치학계 주류관점의 하나다. 즉 현재 우리는 청바지를 입고, 햄버거를 먹으며, 콜라를 마시는 것처럼, 정치적으로는 언론자유와 다당제를 추구한다. 즉 세계정치문화도 자유민주주의로 수렴한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장웨이웨이는 중국의 8대 요리와 미국의 맥도날드 문화를 예로 들면서 후쿠야마와는 다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는 산둥(山東쓰촨(四川장쑤(江蘇광둥(廣東푸젠(福建저장(浙江후난(湖南안후이(安徽)의 중국의 8대 요리와 맥도날드 문화가 어떻게 수렴하는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즉 문화 수렴이 아니라 자국의 문화가 타국의 문화를 수용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문화수용에 대한 태도는 문화 자신감을 보여준다. 사실 중국인의 문화에 대한 자신감은 한동안 서구에 의해 경시되고, 홀시된 면이 있다. 따라서 시진핑이 언급한 두 번째의 결합은 바로 중국문화에 대한 각성을 주창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중국문화는 그 폭과 깊이가 넓고 깊다. 아직 그 문화의 연속성이 중단된 적은 없다. 중국의 정치문화도 그렇다. 일찍부터 중국의 전통문화 속에는 소박한 유물주의와 음양법적·변증법적 유전자가 들어 있었다. 이는 중국이 사회주의를 더 쉽게 받아들인 주된 원인이기도 했다. 가령 논어에 불환과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의 이념이 있다. 이는 적음을 걱정하지 않고, 고르지 않음을 걱정한다는 이념적 전통이다.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이 나온 문화적 배경이기도 하다. 이제 중국도 파이를 키우는 동시에 그 파이를 잘 분배해야 한다.

유가 정치철학에서 추구하는 공산주의적 대동세계(大同世界)도 중국인의 문화유전자에 심겨 있다. 예기예운편(禮運篇)대동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물론 장자여씨춘추에도 이를 언급하고 있지만, 유가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사회적·정치적 의미는 아니다. “대도(大道)가 행해지는 세계에서는 천하가 공평무사하게 된다. 어진 자를 등용하고 재주 있는 자가 정치에 참여해 신의를 가르치고 화목함을 이루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부모만을 친하지 않고 자기 아들만을 귀여워하지 않는다. 나이 든 사람들이 그 삶을 편안히 마치고 젊은이들은 쓰이는 바가 있으며 어린이들은 안전하게 자라날 수 있고, 환과고독(鰥寡孤獨, 홀아비·과부·고아, 자식 없는 노인), 병든 자들이 모두 부양되며, 남자는 모두 일정한 직분이 있고 여자는 모두 시집갈 곳이 있도록 한다. 땅바닥에 떨어진 남의 재물을 자기가 가지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문을 열어놓고 닫지 않으니 이를 대동이라 한다.” 청나라 말기 사상가 강유위(康有爲)대동서, 大同書에서 나름의 대동사상을 전개했다. 물론 유가적 범주를 상당히 벗어나 있지만, 이 대동사상이 다시 마오쩌둥으로 흘러갔다.

중국의 문화 중 실사구시(實事求是)한서로부터 왔다. “사실을 얻는 것을 힘쓰고 참 옳음을 구한다로 풀이된다. 후일 마오는 이 실사구시를 가리켜 맑시즘의 핵심이며, 중국혁명 성공의 정수라고 밝혔다. 또한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도 실사구시를 입에 달고 살았다. 고위금용(古爲今用), 즉 옛것을 정리하여 좋은 점은 새로운 사회 발전에 이용한다거나,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摸著石頭過河)는 중국 서민층의 속담도 결국에는 맑시즘이 중국화하는 데 일조하였다. 중국의 전통문화를 재차 가공하여 이를 국정운영 이념에 보충한 것이다.

맑시즘과 중국의 전통문화가 서로 결합한 단적인 예가 마오주의다. 그래서 딤벌비(Jonathan Dimbleby)는 마오주의를 중국문화와 서구 공산주의 간의 사악한 결혼이라고 하면서 매우 부정적으로 보았다. 물론 아직도 전통문화를 계승한 중국의 대외행위는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거만한 대국 심리가 깔려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인구는 백여 개 유럽 제국(諸國)의 인구를 합한 수와 비슷하다. 인적 규모에서 본다면 세계와 발맞추어 변화하지 않으려 해도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도 이미 모바일 시대에 진입했다. 중국의 젊은 세대도 한국의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세계의 정보를 읽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출생한 젊은 세대의 네트워크 사용 능력은 매우 강하다. 과거보다 외부세계를 훨씬 더 이해한다. 기실 중국처럼 새로운 물건을 쉽게 껴안는 문화를 가진 나라는 드물다. 과연 중국이 세계가 긍정하는 문화강국으로 거듭날까? 이를 증명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중공이 짜놓은 로드맵을 보더라도 건국 백 주년인 2049년까지 부강, 민주, 문명, 조화, 아름다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해야 한다. 30년도 채 남지 않았다.

지금 세계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현재 중국은 타국에 대해 이데올로기적인 체제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는 전형적인 세간주의 문화에 기반을 두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한국이 중국보다 이념적으로 더 교조적이고, 경직된 면이 훨씬 강했다(계속).

강병환 칼럼니스트 sonamoo36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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